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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부동산 업계에 일하면서 국내 회사와 외국계 회사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뭐 그런 게 운까지 좋은 일이냐고 반문하겠지만,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조직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배우고 느끼는 게 많았다. 사실 내가 외국계 회사에 대해 그리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14년 정도 부동산 업계 경력에 외국계 회사는 한 번 있었고, 7년 정도 근무를 한 것뿐이다. 나머지는 국내 회사에서 일을 했다. 미미한 경험일 수 있겠지만 이를 바탕으로 국내 부동산 회사와 외국계 부동산 회사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 봤다.

외국계 부동산 회사의 장점

1)  매일 영어 해봤니?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장점은 외국어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이다. 사실 외국계 회사에 외국인 비율은 그리 많지 않다. 또, 외국인들과 비중 있게 일하는 포지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적으로 영어로 해야 하는 일들이 어느 정도 있다. 대부분의 문서는 영어로 되어 있고, 중요한 결재나 이메일들을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정기 회의나 중요한 회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아무튼 영어를 쓰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적어도 줄어들지는 않는다. 돈 주고 영어 학원도 다니는 마당에 매일 회사에서 영어로 된 문서를 보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은 큰 장점이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어학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2)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문화
외국계 회사는 아무래도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문화가 있다. 직급이 있어도 자신의 직무에 따라 수평적인 관계가 유지된다. 사장님이 직접 담당자를 불러 의견을 듣기도 하고 함께 편하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업무를 처리하는데 단계가 복잡하지 않아 속도가 빠르다. 또, 부서 특징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출퇴근이나 업무 분위기가 자유롭다. 실제로 내 직속 상사분께서는 워킹맘이어서 아침 일찍 출근했다가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퇴근을 했다. 또, 개인 약속이 있거나 집안일이 있을 경우에는 조금 늦게 또는 일찍 퇴근을 해도 배려를 해주는 문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일보다 우선이었다.

3) 능력과 목표에 따른 성과 체계

외국계 회사는 입사할 때부터 업무 관련 능력과 경력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다. 그리고 성과에 대한 체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명시한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는지 또, 그 목표를 달성을 하면 어떤 성과를 얻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연봉 인상을 할 때도 업무에 대한 성과 평가를 토대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준다. 또, 근무 중 평가 방식이 바뀌거나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이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내가 근무한 외국계 회사는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준공과 운영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그 이후에 안정된 운영을 하다 새로운 매수자에게 매각을 하는 더 큰 목적이 있었다. 회사의 구성원들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또, 그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 이에 상응하는 보상도 받았다.

4) 선진 업무 방식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와 운영 관리는 우리나라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발달했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해외의 선진 기법이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 녹아있기 마련이다. 내부에서 정책적으로 사용하는 부동산 회계 프로그램이라든지 업무 처리 절차들에서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국의 것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사용하는 방식들에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외국계 부동산 회사의 단점

1) 개인적 성향
외국계 회사 내의 문화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다소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이기적이거나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개성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있다 보니 서로에 대한 배려나 존중을 하는 문화가 있다. 그렇게 개인적 성향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있다. 직원 중에는 외국인들도 있기도 하고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하다 온 사람들도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성향들이 나타난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회사에서 근무를 오래 하다 온 사람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나도 처음에 외국계 회사에 들어갔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웠다. 다들 하는 일에 바빠 정신없어 보이는데 뭔가를 물어보기가 난처했다. 개인적인 성향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도 다 사랑하기 나름이다. 외국계 회사지만 국내 회사처럼 만드는 사람도 있다.

2) 교육체계 부족
외국계 회사는 보통 해당 업무 분야에 실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한다. 특별한 교육 없이도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회사에서 따로 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재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육성된 인재를 조금 더 좋은 연봉을 주고 채용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회사는 따로 교육에 대한 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 부동산업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들이 많아 꾸준히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진다. 그런 점에서 외국계 회사에 다니면서 높은 연봉을 받는 대신 일정 금액을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3) 글로벌화보다는 현지화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해외 지사와도 연계가 밀접하여 해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 상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들은 글로벌화보다는 현지화되어 있는 경향이  크다. 외국계 임원들 한두 명 정도가 현지에서 파견되고 대부분은 한국인들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 지사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아직까지 주변에 해외 지사로 간 사례를 나는 보지 못했다. 부동산업의 특성상 현지 국가마다 지역성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해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어렵다. 그나마 외국계 대기업의 해외 지역 인재 교환 프로그램으로 단기간 동안 외국에 다녀온 경우를 본 적은 있다.

4) 직무나 업무별 채용
앞서 말한 것처럼 외국계 회사는 실전에 바로 투입할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는 경력을 갖추고 해당 분야의 직무나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직에 대한 순환이나 업무 변경이 쉽지 않다. 부동산 업무는 직무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이 된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는 업무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다. 내가 해야 할 일과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다. 물론 이에 대한 권한과 책임도 주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회사에서는 이런 순환 보직의 기회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 

국내 부동산 회사의 장점

1) 체계적 교육

국내 회사는 외국계 회사에 비해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곳이 많은 편이다.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OJT를 하는 곳들도 많다. 또, 대기업 계열의 회사들은 연수나 직무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런 교육이 부동산만을 위한 집중 교육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국계 회사와 비교하면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단발적인 외부 교육이나 직무 교육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좋은 회사의 경우 교육비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회사의 구성원들에게 교육을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큰 장점이 된다.

3) 선후배 관계의 도제교육
부동산 지식은 책으로만 배울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즉, 현장 경험과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배워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아직까지 국내 회사에서는 선후배 간의 돈독한 관계를 통해 아랫사람을 가르쳐 주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외국계 회사와는 다소 대비되는 문화다. 물론 이는 어떤 선배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 회사에서는 사수와 부사수 같은 방식으로 지식의 교류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돈독한 인맥관계로 이어진다. 부동산 회사는 대부분 수시 모집을 하는데 규모가 있는 회사들 중에는 공채를 모집하는 곳도 있다. 공채를 뽑는다는 것은 기수에 따라 선후배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2) 순환 업무의 가능성

한 회사에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기회를 갖는 것은 능력 향상을 물론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국내 회사에서는 한 부서에서 직무 경험을 쌓고 나면 이후에 내부 조율을 통해 부서를 이동하는 일이 종종 있다. 내가 아는 선배님들 중에서는 부동산 회사에서 인사팀에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추후 부서 이동을 통해 부동산 자산관리와 임대 분야로 직무를 변경한 사례도 실제로 있다. 이분들은 부서 변경을 넘어 부동산 업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서 그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나간 분들이다. 만약 부서 간 순환 업무의 가능성이 없었다면, 이분들의 뛰어난 잠재 능력을 펼쳐보지 못했을 것이다.

4) 국내 지방 네트워크

국내 부동산 자산관리회사들 중 일부는 대기업 계열의 회사들이 있다. 전국에 산재한 부동산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면서 생겨난 곳이라 지방에도 관리하는 자산이 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지역 사무소가 있기도 하고 관리하는 자산들도 꽤 많다. 국내 대형 부동산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대도시 지역에 있는 대형 부동산들도 있다. 국내 회사에 다니면 이런 자산들을 운영하고 관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나는 신입 사원 때 외국계 투자회사가 소유하고 전국에 산재한 부동산을 자산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때 내가 관리하는 자산과 회사에서 관리하는 지점을 동시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지역에 있는 부동산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어 부동산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국내 부동산 회사의 단점

1) 대기업 문화의 잔재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 부동산 회사들은 대기업 계열 회사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모기업 회사의 문화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 분위기가 있다. 대기업 문화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부동산업을 하는데 불편한 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면, 신속한 결정보다는 절차를 중요시하여 문서로 하는 보고 문화나 전문 경영인이 아니라 낙하산 인사가 오는 것 같은 일들은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회사는 빠른 의사결정과 전문성이 중요한데 이를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2) 연공서열 그리고 실력보다 나이
국내 회사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오래 일한 사람과 나이가 많은 사람을 예우해 주는 문화가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어린 사람이 상사로 있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 경력이 꼭 실력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연공서열을 중시하다 보니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 장점도 있지만 이런 제도는 실력 있는 담당자들의 퇴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회사에 있어도 진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분위기가 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업무보다는 사내정치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에 염증을 느껴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생긴다. 부동산 회사에서 인력의 이탈은 회사 자산의 감소나 마찬가지다. 회사가 성장할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3) 개인보다는 시스템을 중시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 회사들이 대기업을 기반으로 한곳이 많다 보니 시스템을 중시한다. 업무 체계가 잘 갖춰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한 사람이 빠져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그 밑에 깔려있다. 물론 이는 결원이 생겼을 때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인원이 충분히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개인을 부품처럼 여길 수 있다. 어차피 오래 일할 직원이 아니고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사용자나 직원 모두 신뢰가 생길 수 없다.

 

국내 회사와 외국계 회사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간략히 요약해 봤다. 잘 살펴보면 한쪽 회사의 장점이 다른 회사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면에서는 신입 사원 때에는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는 것들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런 장단점은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각자 생각하는 부동산 업계의 커리어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서 때에 따라 전략적으로 회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다는 것은 창업자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70% 정도의 만족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선택해도 괜찮은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회사를 탓하기보다는 그런 회사에도 적응해 낼 수 있는 내성을 기르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과 나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전 직장 대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회사의 단점을 한참 이야기하던 와중에 대표님께서 한 말이 생각난다.

“No Pain, No Gain.”

쉽게 배운 것은 금세 잊히지만 어렵게 배운 일은 분명 오래간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더럽고 거지 같다 하더라도 분명 그 속에는 배울만한 것들이 존재한다. 좋은 것은 흡수하고 나쁜 것은 마음속에 새겨놓아서 다음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지혜로 활용하면 된다. 모든 일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긍정적인 자세로 주변의 것을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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