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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회사인데 지원해도 될까요?’ 나에게 취업에 관해 궁금하다며 메일을 보내는 대학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회사에 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회사에 대해서 알기도 쉽지 않은데 새로 생기거나 작은 규모의 회사 정보는 더욱 알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현업에 있는 사람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가 좁다지만 부동산업계를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 들어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몇 가지 있다.

체계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에 상업용 부동산업이 들어온 것은 97년 IMF 전후이다. 학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역사가 깊지 않은 편이다. 그러니 제대로 체계를 갖춰 업무를 하는 회사들이 많지 않다. 한때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관리회사에 있을 때에도 내부에서는 업무 체계가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다 이직을 해보니 다른 회사들은 훨씬 수준이 낮았다. 그런 면에서 비교해 보면 소규모 신생 회사에서 체계적인 업무 습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내가 업무 체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가 없는 이상 그런 기대는 이상에 가깝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업무를 배우면서 돈을 벌겠다고 현혹하는 어처구니 없는 회사에는 지원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다양한 경험을 가장한 가짜 전문성
작은 규모의 회사에 가면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긍정적인 착각에 빠지기 쉽다. 물론 그렇게 이상적인 회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짧은 경험으로는 그런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작은 회사는 많이 없다. 신입 사원 때 다양한 일을 해본다는 의미는 어쩌면 다양한 잡무, 즉 생산성이 낮고 창의적이지 못한 다양한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업 자체로도 전문성이 필요한데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종 상의 전문성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매입 매각, 임대차, 자산관리, 리서치 등 그 속에서 전문성을 키워야 해당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다. 신입사원 때 매입 매각과 자산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해당 분야에 기본기를 쌓고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후에야 다양한 경험은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작은 회사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도 업계 규모에 따라 자산을 다룰 수 있는 경계가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명성이 쌓인 회사들이 대형 빌딩의 거래나 운영 관리 업무를 한다. 당연히 소형 회사의 경우 그런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수밖에 없다. 물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면 그 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스포츠 게임에서 체급이 있듯이 부동산 시장에도 경쟁하는 상대가 나름대로 정해져 있다. 어른들 경기에는 어린 선수는 참여할 수가 없다. 큰 경기에 참여를 못하면 배울 수 있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 경력을 많이 쌓아도 프로에서 한 경기가 더 큰 의미가 있다.  부동산업은 무엇보다 개인의 업무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 실제로 재직자들의 이직 시 판단 기준은 ‘어떤 자산에 대한 경험’이 있는지 유무를 중시한다. 내가 가진 경험의 수준을 어디까지 올릴 수 있는지는 회사에 의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선택해야 한다면
작은 회사라도 정말 좋은 회사가 있을 수 있다. 이리저리 따져봐도 내 마음이 그곳을 향하고 있다면 선택해야 한다. 물론 그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확증 편향적으로 그 이유를 대서는 안된다. 객관적으로 잘 따져봐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신의 직감에 따라 회사를 선택하면 설사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신감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그 회사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좋다면 선택해도 좋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나 잠깐 대화를 나눠보면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해보거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어려운 일도 즐겁게 헤쳐나갈 수 있다. 부동산은 많은 일을 사람을 통해서 한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아야 한다. 많은 인생 선배들의 조언처럼 사람이 힘든 것이지 일이 힘든 게 아니라는 말을 잊지 말자. 

나도 14년간 부동산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작은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회사의 규모로 많은 부분을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의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큰 회사라고 해서 장점이 더 많을 것 같지만 큰 조직은 그 나름대로 한계와 문화적 특성 등으로 인해 불편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큰 조직에서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중요한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돌이켜 보면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실력을 향상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점이다. 물론 회사의 크기에 따라 보고 배우는 환경이 다르고 회사에서 해주는 지원도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어제 보다 조금 더 달라질 수 있도록 준비하면 회사의 크기와 인지도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조금씩 내가 달라지면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변하고, 만나는 사람도 다양해진다. 그런 과정에 더 나은 곳에서 일할 기회도 분명 생기게 마련이다.

만약 냉정하게 판단해 봐서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큰 회사를 가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는 이를 버리자. 동시에 내가 가진 능력을 너무 저평가해서 심리적 만족을 느끼려고 하지도 말자. 나를 제일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내가 갈 수 있는 최적의 회사를 선택해서 그곳에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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